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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동욱 님께서 남기신 글 [homepage] (2008-07-08 02:39:03, Hit : 957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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:: 열대야…


새로 둥지를 튼 이곳의 처음 맞는 여름도
내 고향 대구만큼은 아니지만
밤이 덥다.

퇴근을 하고
저녁을 해먹고
TV를 보다가
더위에 지친 나는

한 밤중 차를 타고 밤길을 달린다.

출근 땐 그렇게 꽉 막혀 움직이지 않던 길이
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하게 나를 달리게 해준다.

한 낮에 의지하던 에어컨을 끄고
양 옆의 두 창문을 열어 젖힌 채
지붕도 열어 손을 높게 들고
시원한 바람을 직접 느끼고자
엑셀페달에 발을 힘차게 얹는다.

80, 100, 130, 150, 170km…

이제는 선루프 위로 올린 내 오른손에 꽤 힘이 들어갈 만큼
속도가 빠르다.

내 나이 이제 서른……
한 가지 터득한 것은
멈추어야 할 때를 알아간다는 것.

지난 날 젊은 혈기로
무작정 앞만 보고 달린 나는
주위 환경은 생각지 않은 채……

오죽 했으면 내가 그랬겠냐는 자기최면을 걸어
나의 모든 잘못을 정당화 했다.

그렇게 해야만이 죄책감을 덜 가진다는 생각 때문에……
이제는
무작정 달리기보다는
주위를 살피게 된다.

한 번 아파 봤으니까……
다시는 아프기 싫은 것이다.

이런 생각에 나의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
많이 부드러워졌다.

성난 것 같이 돌아가던 엔진의 소리도
더 많이 부드러워졌다.

집으로 돌아가는 길……
그 동안의 어떤 잘못들로 인해 이 밤

그리운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하고
이렇게 말없는 자동차와 대화하며
달리고 있는 것인가 후회하며

새로운 나의 둥지로 돌아간다.

내 나이 서른에 한 가지는 깨달았지만
또 다른 한가지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.

지난 날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
다시 되돌릴 노력을 하는 것.

이미 너무 와버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
다시
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시간……

나는 또 어리석게도 나에게 최면을 걸어
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니 포기해버리고
다른 것에서 위안을 삼아 라고
나 자신을 달래고 있다.






어느덧 차는 정지해 있지만
엔진은 마치 숨 고르기를 하듯
천천히 돌아가고 있다.

나 역시 깊은 밤
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심야 방송에 귀 기울이며
생각 고르기를 해본다.





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밤공기를 쐬어본다.
똑같은 여름인지라 덥긴 마찬가지만
그나마 내 고향 대구의 여름 밤보다는
덜 더운 것 같다.  

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생수 한 병을 사 계산하며
점원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.

“물 값이 많이 올랐네요”

그 편의점 점원은 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
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.


“당신도 많이 변했답니다.”

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는 이름은 여전히 같지만
예전의 나보다는
많이 변한 것 같다.

20080708 어느 여름 밤 용인에서…

    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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